케이코믹스에서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늘의웹툰에 연재되는 "오늘의 명언"이 "한 컷 명언"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습니다.
흔히 ‘명언’이라 함은 저명한 사람의 발언 또는 문장을 일컫는다.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는 ‘한 마디’는 인생의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한다. 짧은 글 한 줄이 주는 힘이다. 카카오톡 ‘오늘의 웹툰’을 통해 매일 한 편씩 배달되는 ‘오늘의 명언’ 코너는 그렇게 탄생했다. 참 쉬운 만화와 함께.
김양수, 곽백수, 비타민 세 작가는 ‘자칫 지루할 수 있는 명언에 만화적인 해석을 곁들이자’는 취지 아래 힘을 모았다. 그렇게 시작된 ‘오늘의 명언’ 코너는 지난 1년여 넘게 80만 유저들에게 힘이 되었고, <한 컷 명언> 출간으로 이어졌다. 그들에게는 묵직한 말을 교훈적으로 전달해야겠다는 근엄한 목적도 없고, 억지로 해야 하는 부담감도 없다. “힘들어도 그만 둘 수 없다”고 말하는 세 만화가와 함께 한 만화만큼 유쾌했던 만남을 소개한다.
Q <한 컷 명언>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.
곽백수(이하 곽) 저희가 소속돼 있는 케이코믹스에서 작년 3월에 카카오톡 ‘오늘의 웹툰’ 서비스를 오픈했어요. 기존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신규 코너를 연구하다 함께 할 수 있는 ’한 컷 명언’ 코너를 기획하게 됐죠. 각자 작품으로 바쁘니까 큰 부담 없이 참여할 만한 컨텐츠를 찾은 거죠.
김양수(이하 김) 코너 기획할 때만 해도 ‘간단한 걸로 해보자’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독자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. 저희가 기획하고 만든 코너라서 애착도 있고요.
곽 ‘그냥 부담 없이 해볼까’라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좋은 발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. 명언이라고 하면 그냥 스윽 읽고 지나치기 쉬운데 그림으로 보여지니까 받아들이는 독자 입장에서도 느끼는 게 다른 것 같더라고요.
Q 작업하시기 전부터 알던 사이인가요? 친분이 두터운 것 같아요.
비타민(이하 비) 같은 소속사 작가라 친하게 지내요. 만화작가들은 서로 친한 편인데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 보니 더 친해진 것 같아요.
곽 친분은 오랫동안 있었어요. 김양수 작가 경우에는 <페이퍼>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냈어요.
김 웹툰 시작하게 됐을 때 곽 작가 찾아가서 제가 이것저것 많이 배웠죠. 저한테는 선생님 같은 분이세요.
Q 독자들이 SNS나 댓글로 공감하는 걸 보면 어떠세요.
곽 SNS로도 많이 퍼가고 프린트해서 벽에 걸어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엄청 뿌듯하죠. 개인작품보다 ’한 컷 명언’이 반응이 더 좋은 것 같다니까요.
비 저 같은 경우는 <멜랑꼴리>와 같은 야한 만화를 그리면서 악플도 많이 받았거든요. 모험만화, 소년만화 등 장르는 다양하게 작업했는데 야한 만화로 주목받다 보니 그 쪽으로 이미지가 많이 굳어졌어요. 그런데 이번 작업은 편견없이 많은 독자들이 남녀노소 많이 좋아해주고 고맙다는 인사도 받으니 기분이 남달라요.
Q <한 컷 명언>이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.
곽 누구나 마음 속에 명언 하나는 가지고 살잖아요. 그게 삶의 방향성이 되기도 하고 날 지켜주기도 하죠. 제가 고르고 그린 명언이 독자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.
김 어쨌든 명언은 특정 상황에 대한 이야기잖아요. 사랑이든 우정이든 실패든 좌절이든. 매일 배달되는 명언이 오늘 자신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. 그 사람은 명언 한 마디로 기운을 얻을 거죠.
비 명언을 보여줌으로써 누군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. 작품 때문에 바쁠 때는 우리 이제 그만할까 이야기도 하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못 그만두겠어요.
김 명언을 많이 안다고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. 마음에 드는 명언 하나쯤 있으면 좋을 듯 해요.
Q <한 컷 명언>에 수록된 명언들은 어떻게 선정하나요?
김 지금까지 약 375건을 연재한 것 같아요. 한 사람당 125건 정도 했으니까. 저 같은 경우는 책 펴놓고 컴퓨터 켜놓고 작업할 때마다 매번 찾아요. 공부하는 느낌이에요.
곽 저는 그냥 개인적으로 와 닿는 명언을 선정하는 편이에요. 그래서 그런지 사회문제나 시대성을 반영해서 선별할 때가 많아요. 독자들이 보고 생각하고 잠시나마 느끼길 바라거든요. 그리고 정 없을 때는 제가 명언을 만들어요(웃음).
김 G.BECKS라고 되어있는 건 다 곽 작가가 만든 거예요.
비 기본적으로 다른 작가와 겹치지 않으려고 해요. 그 다음은 읽다가 그림이 연상되는 명언을 선정하죠. ‘이런 스타일의 명언을 그려야겠다’ 그런 건 아니고 딱 봤을 때 그림이 그려지는 명언이 좋아요.
Q 안 겹치게 하기 위해 세 작가가 명언을 사전에 공유하나요?
곽 아뇨. 그런 건 없어요. 비타민 작가는 안 겹치게 하려고 저희 거를 잘 보는 편인데 저는 겹쳐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.
김 맞아요. 작가들마다 똑같은 명언이라 해도 그림 스타일이 셋 다 다르니까. 메모는 해두지만 비교하진 않죠.
비 곽 작가는 이미 본인이 한 걸 한 번 더 했던데요?
곽 네, 다르게 2번 그렸을 거예요(웃음). 늘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하니까.
비 맞아요. 같은 명언이어도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건 천갈래에요. 오늘 받은 명언을 내일 또 받아도 느낌은 다르더라고요.
Q 세 작가의 그림 스타일이 다르듯, 좋아하는 명언 스타일도 다를 것 같아요.
김 명언에 각자 스타일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아요. 위안을 받거나 힘을 얻을 수 있는 명언을 주로 고르거든요. 요새는 다들 힘든 시기여서 아무래도 힘을 줄 수 있는 쪽으로 명언을 고르고 있어요. 곽 전 고전적인 스타일이고 김 작가는 감각적인 스타일이에요. 대체로 제가 그리는 명언은 성공이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고전적인 명언들이거든요. 비타민 작가는 좀 철학적이랄까?
비 네, 전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명언이 좋아요. ‘아 이 사람이 이런 말도 했나’라고 알게 되면 재미있어요.
Q 명언을 그림 한 컷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라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.
곽 보는 사람이 텍스트로 명언을 보는 것보다 더 흥미로워야 되잖아요. 아무래도 그림이 들어가니까. 최대한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다양하게 구성해요. 저는 그림으로 그냥 옮긴다기보다 명언을 그림으로 해석하려고 해요. 어떨 때는 첨언하고 비꼴 때도 있어요. .
비 전 일부러 그림 수준을 낮춰요. 선보러 나왔는데 주선해준 친구가 더 예쁘면 안되잖아요. 명언이 부각되어야 하니까 그림을 조금 못 그리기도 해요.
김 한 컷이 작업은 더 재미있어요. 기존 작업은 좀 스트레스가 있는데 ‘한 컷 명언’은 부담감과 고정관념이 사라지니까 더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.
Q 곽백수 작가는 네이버 웹툰에서 ‘가우스 전자’를 연재하고 있는데, 매일 연재라 힘들지 않나요.
힘들죠. 벌써 600회 가까이 연재했으니까. 그런데 재미있어요. 억지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냥 힘들 텐데 그렇지 않거든요.
Q 회사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들었는데 소재는 어떻게 찾나요.
직장생활을 해본 적 없어서 주변 동생들에게 많이 얻어요. 직장인 커뮤니티도 자주 들어가보고요.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는 진짜 직장을 다니는 지인에게 확인절차를 거치죠.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한 일인지.
Q 에피소드가 다양해서 인터넷에서는 ‘천재’라고도 불리던데, 롤모델이 된 만화가가 있나요.
저는 윤승운 화백의 만화를 즐겨봤어요. <짱구는 못말려> 작가 우스이 요시토를 좋아했고요. 대체로 명랑만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. 원래 꿈은 사업가였는데, 개인 사업자가 됐으니 꿈은 이룬 셈이네요.
Q 김양수 작가는 <페이퍼> 기자에서 만화가로 전업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.
음악기자로 활동했어요. 기자생활 하면서 만화를 그렸는데, 연재 기회를 얻고 나서는 완전히 만화에 빠져버렸어요.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 거죠. 좋은 기회를 얻은 거잖아요. 자기 생각을 쓰는 것보다 만화가 더 힘들어요. 기자는 글만 쓰면 되는데 만화는 글에 그림까지 그려야 되니까.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재미있어요.
Q ‘생활의 참견’은 일상생활을 소재로 다루는 만화라 항상 주변에 촉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.
그렇죠. 그런데 제 만화는 정말 보편적인 일상 이야기예요.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. 제 경험도 많은데 사람들과 대화하면서도 많이 얻어요. 그걸 어떻게 풀어내는가가 저의 몫인거죠. 인터뷰 끝나기 전에 저한테 최근에 겪었던 재미있는 일 좀 이야기해주세요. 소재로 쓰게(웃음).
Q 비타민 작가는 고등학교 때 데뷔했다고 들었어요.
네. 벌써 만화가로 산지 18년째에요.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비타민과 같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‘비타민’이라는 예명을 지었죠.
Q 많은 작품을 연재했는데 그 중 ‘멜랑꼴리’가 제일 대표작이라 할 수 있어요. 성인유머를 다루는 작품이라 힘든 점은 없나요.
대부분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그 생각의 조각으로 작품을 만들어요. 앞서 말했다시피 작품이 ‘포르노 만화’로 구분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데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힘을 얻죠.
Q 현재 웹툰은 마니아를 거느릴 정도로 주류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. 앞으로 만화 시장을 고민한다면.
곽 웹툰은 시장 전망성이 대단히 좋아요. 노출할 구좌도 다양하고. 이제 모바일도 생겼잖아요. 다른 분야는 실력을 입증하기 조차 힘든데 만화는 달라요. 시장이 건강해요.
김 모바일 환경이 급변하면서 앱툰이라는 시장도 형성됐고, 작가 입장에서는 노출의 기회를 더 많이 얻은 셈이에요. 대신 인쇄만화가 의미 없어졌죠. 그게 좀 안타까워요.
Q 웹툰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이 많아요. 각자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.
김 재미만 있으면 어디서 연재하든 독자들이 찾아와요. 만화가 독자 입소문이 엄청나요.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의 작품을 연재해보세요. 지금 웹툰 작가들 다 그렇게 시작했어요.
비 곽백수 작가가 그렇게 데뷔했죠 아마?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으니까. 독자 중에 서버회사 사장님이 있었는데 본인이 답답하니까 서버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잖아요.
곽 소설 같은 경우는 자신의 작품을 노출할 기회를 얻기 힘들지만 만화는 어디에서든지 시작할 수 있어요. 그 점을 활용해서 개인 블로그 등 어디서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.
비 저는 진짜 해주고 싶은 말이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에요.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도전하라고 하고 싶어요. ’나도 만화가’에 도전하는 친구들 보면 만화는 잘 그리는데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. 만화에는 작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해요. 안 그러면 본인이 제풀에 지쳐요. 많이 경험하고 책도 꾸준히 읽었으면 좋겠어요.
Q 각자 자신의 인생을 움직인 명언이 있다면 말해주세요.
곽 명언은 아니고 살아오는 데 도움이 됐던 한 마디가 있어요. ’지금부터 잘 하면 되지’가 제 좌우명 같은 건데, 항상 머릿속에 담아두는 문장이에요.
김 오늘 ‘한 컷 명언’으로도 그린 명언이에요. 파스칼의 ’인간의 위대함은 자기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깨닫는 데 있다’.
비 전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어요. 나의 진짜 최고의 명언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아요. 최고의 명언을 찾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남긴 명언을 실천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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